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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도입비 삭감을 위해 예산 전쟁을 벌여라!

 

박석분(부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국회에서는 지금 예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중 5600억 원을 국비에서 지원하기로 한 교육부장관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여야 간사 합의를 새누리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뒤집어버리면서 이 전쟁은 확전 양상을 보인다. 무상복지,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이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는데, 사실 정작 벌어져야 할 전투는 국방예산이건만, 이곳은 무풍지대다.

 

평통사가 예산심의 때마다 국방예산 삭감 의견서를 들고 국회의원들을 만나러 다닌 지 10년이 넘었다. 국방예산은 성역이고, 국방비 삭감을 요구하면 ‘찍히는’ 풍토에서 여당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 의원들도 대부분 소극적이다. 평통사는 망국적인 분단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남북대결로 인한 소모적인 군비경쟁을 끝내지 않으면 민생이든 복지든 해결되지 않는다는 소신을 안고 올해도 국회를 찾아 나선다. 특히 올해는 중앙 뿐 아니라 국방위, 예결위 소속 지역구 여야 의원 사무실을 방문하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이제는 국방비 삭감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여 중앙 정치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어느 해나 국방예산에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기막힌 내용들로 가득하다. 내년 예산도 마찬가지다. 평통사는 국방부가 올린 2015년 예산 36조 8435억원 중에서 최우선 삭감대상 25개 항목, 3조 1464억원을 삭감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작성했다. 이 중에서도 차기전투기(F-35) 도입비는 삭감 대상 1순위다.


F-35는 총 사업비가 7조 4천억 규모이며 내년 예산에 3540억 원이 반영되어 있다. 40대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니 대당 가격은 1800억원이 넘는다. 국방부는 F-35 도입 목적으로 “북한 비대칭전력(핵 전력) 대비 적극적 억제능력 구비, 구형 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공백 최소화”를 내세우고 있다.

적극적 억제능력이란 선제공격 능력을 의미한다. 북한 핵 전력에 대해 선제공격으로 제압하기 위해 최첨단 전투기를 도입한다는 거다. 그러나 북한 비대칭 전력에 대해 선제공격으로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은 미 전 국방장관 페리도 증언한 바 있고 핵 전력이 우위에 있는 미국이 소련을 선제공격하지 못했던 것은 냉전 시기 미소 관계가 입증하고 있다. 남한의 재래식 선제공격은 도리어 북한의 대남 핵공격을 자초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선제공격은 평화통일을 천명한 우리 헌법과 선제공격과 전쟁을 불법화 한 유엔헌장을 위배하는 불법 행위다.


전력 공백 최소화도 허구다. 2014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남한 전투기가 620대, 북한이 600대로 남한이 양적으로도 우위다. 이 중 3세대 이상 전투기가 남한이 60% 이상인 반면 북한은 75% 이상이 1950~60년대에 만들어진 2세대 구형 전투기다. 게다가 국방부는 2017년까지 60대를 전력화할 목적으로 F-5E/F를 대체하는 FA-5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구형 전투기 도태에 따른 전력 공백을 위해 F-35를 도입한다는 국방부 주장은 터무니 없다.


국방부는 스텔스 기능이 우세하다는 이유로 록히드마틴사의 F-35를 수의계약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한국은 대미 협상에서 ‘을’의 위치로 전락했고 첨단기술, 규모있는 절충교역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택하여 기술 이전, 엔진과 레이더 등 핵심 부품 생산 권한을 따냈다. 이로써 일보은 한국 등 F-35를 도입하는 나라들에게 부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창정비 권한도 확보하였다. 이제 F-35를 도입하게 되면 정비 능력과 권한이 없는 우리는 일본의 부품을 사용하거나 일본 기업(미쓰비시)에게 정비를 맡겨야 할 처지다. 이렇게 되면 우리 작전 기록, 정보가 일본으로 유출될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는 상업거래가 아니라 정부간 거래방식인 FMS 방식을 택함으로써 생산 가격이 오르면 도입비를 더 내야 하고 납품이 지연되어도 우리가 돈을 더 내야 한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군 스스로도 F-15K를 도입한 2002년의 차기 전투기 1차 사업이나 2006년의 2차 사업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했겠는가!

 

미국은 물론 공동개발국인 캐나다, 덴마크, 이탈리아도 F-35 도입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도입 시기를 연기하거나 구매수량을 대폭 축소했다. 우리 국회도 F-35 도입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한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국방부는 북한 위협을 무기삼아 지금까지 수백 조원에 달하는 무기도입비를 지출해왔다. 그러나 아직 그 능력이 부족해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지 못한다고 한다. 더 많은 첨단 장비와 무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작전권 환수 포기 명분일 뿐이다. 길게 말할 것 없이 작전통제권 환수는 조건이 아니라 주권의 문제다.


과연 무기 도입이 북한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일까? 북한의 비대칭무기가 그렇게 문제라면 대화를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비핵화를 이루면 된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제압하려는 주류 담론에 맞서 군비축소를 거론하며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정치권을 기대하는 건 이상인가? 단언컨대, 국방예산을 비롯한 분단비용을 삭감하면 복지와 민생 문제를 해결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부산경남 지역 예결위 소속 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결과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여야없이 남북의 신뢰구축과 이를 기반으로 한 군비축소가 전향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아니리라 믿는다. 예산전쟁이 정말 필요한 곳에서 벌어지기를 바란다.

 

※이 글은 평통사가 작성한 F-35 등 2015년 국방예산 삭감 의견서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