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4. 욕설, 몸싸움으로 얼룩진 창원시의회


마침내 창원시가 청사소재지에 대한 용역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용역을 맡은 한국산업연구원은 지역발전성, 지역환경성, 사업경제성 등 입지 평가 10개 항목 정해 마산운동장, 육군대학 터, 39사단 세 곳을 평가했고, 마산운동장은 우수 4개와 미흡 2개, 육군대학은 우수 2개와 미흡 2개, 39사단은 우수 5개와 미흡 1개를 받았습다. 이 결과만을 놓고 보면 39사단터가 최적합지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용역이 중단돼 항목별 가중치 작업을 못했기 때문에 우수 및 미흡 판정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창원지역의 김동수 시의원은 순위를 메겨야 한다고 하였고, 마산지역의 손태화 시의원과 진해지역의 김성일 시의원은 용역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렇게 무려 20개월 가까이 진행된 창원시의 용역결과는 알맹이도 없는 빈껍질에 불과하여 예산만 낭비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청사문제는 균형발전 측면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용역이라는 방법을 동원한 것이 애초부터 문제였던 것이었습니다.

 

12월 20일 창원시의회는 마치 국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싸움과 욕설로 얼룩진 난장판 의회였습니다. 창원지역 시의원들은 마산권에서 통합시청사 등 중요 시설을 지역별로 결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기습적으로 점거하였고,마산권 시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막고 있는 창원권 시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인데 이어 본회의장 출입문 셔터를 강제로 부수고 진입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 본회의를 개회도 하지 못하고 자동으로 폐회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날 처리해야 할 2011년 추가졍정예산안과 2012년 예산안도 처리되지 않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툭히 추가경정예산안의 경우에는 연말까지 처리하지 않으면 400억원을 손해볼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이날 창원시의회는 의회안에서 뿐만 아니라 장외에서도 지역간의 갈등으로 전쟁터를 불사했습니다. 창원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창원지역에 쓰이지 않고 마산지역에 쓰이는 데, 고마워 하기는 커녕 청사를 빼앗아 갈려고 한다면서 분개하였습니다. 그리고 청사를 빼앗길 바에야 차라리 분리하자고 하였습니다. 마산지역의 주민들은 시명을 양보했으니 청사는 당연히 마산으로 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통합으로 말미암아 청사도 없어지고 모든 것이 창원으로 집중되다보니 마산 경제가 더욱 악화되었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청사유치가 안되면 차라리 분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진해시민들 역시 청사가 사라지고 창원집중화로 인한 상권몰락과 집값상승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고, 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강제통합에 분개하는 여론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진해시를 되찾아 진해시민으로 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세지역의 민심은 타협점을 찾아보기란 어렵고 사실상 청사소재지 결정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언론들은 대안은 말하지 않고 지역이기주의로 매도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의원들은 지역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결사적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어느 누구도 청사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26일에는 마산지역 의원들이 통합청사 문제로 의회가 파행화된 것과 관련하여 오전 11시 20분 창원지역 의원들과 집행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시의회 정문에서 이상인, 김순식, 이형조 시의원이 삭발식을 했습니다. 그러자 창원지역의 시의원들은 현 상황의 책임이 마산지역 의원들에게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과 창원진보연합이 서로 다른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가져 지역갈등의 양상은 더욱 광범위하게 번졌습니다.

 

27일에는 진해지역의 야권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이들은 “김학송 국회의원이 육대에 청사를 유치하자고 하다가 이제 와서는 야구장이래도 유치해야 된다고 하면서 더 이상 한나라당 시의원들을 뒤에서 조종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더 이상 시의회에 개입하지 말고, 시의회 파행의 책임이 김학송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청사후보에 육대가 있는데 마산만 거론되는 데에 불만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자 28일에는 진해지역 한나라당 시의원 6명이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이들은 전날 진해지역 야권의원 7명이 제기한 `김학송 의원의 야구장 유치 입장 변경과 한나라당 시의원에 대한 배후조종설`에 대해 "정략적 의도가 깔린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행위"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이들은 "시 집행부는 청사와 야구장 입지에서 구 육대부지를 강제로 탈락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왔다"며 "이런 정황에서 마산 지역 의원들이 제안한 청사 마산, 야구장 진해, 상징물 창원 패키지안은 지역균형발전에 가장 부합하는 현실적인 안이고 구 창원시의 계략에 맞서는 유일한 방안이라 판단했다"며 김학송 의원의 배후 조종으로 청사에서 야구장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야권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즉, 마산지역의원들이 제출한 패키지안은 "소외된 마산과 진해가 협력해 균형발전을 이루고 3개 시가 모두 윈윈하는 최적의 선택"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마산과 창원지역에서 관심도 갖지 않는 야구장을 달라고 애원하는 기자회견을 한나라당 진해지역 시의원 6명이 하였으며, 이들은 부인하지만 통합당시 김학송 국회의원이 배후에서 조종한 사례를 볼 때, 이 또한 김학송 국회의원의 조종이라고 시민들은 의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12월 31일, 추경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400억원을 손해보게 되어 시민들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을 것이 우려되어 창원시의회가 열렸습니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던 의회는 각종 국∙도비 보조금, 248억원등 400억여원의 예산을 날리지 않기 위하여 추경안을 심의 의결하였습니다. 이마저도 처리하지 않으면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에 마지못해 처리한 것이다.이 외에도 화재예방조례안,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일부개정조례안 등 나머지 14건을 일괄상정해 통과시켰습니다. 이 외에 나머지 안건들은 모두 마산지역 시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불발되었고 결국 새해 예산도 처리되지 못하면서 준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는 방법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준예산 사태가 통합창원시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통합창원시 18개월이 되자 주민투표 없이 중앙정부와 국회의원의 조종하에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주민의사를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통합한 창원시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졌습니다. 한마디로 잘못된 만남이라는 것을 전국에 알렸던 것입니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졸속적으로 단시간에 강제적으로 밀어붙인 통합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주민투표 없는 통합은 그 정당성도 시민들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주민을 위해 일해야 할 시의원들이 국회의원의 지시에 의해 움직인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