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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통합창원시 청사갈등 본격적으로 시작되다.


통합창원시 청사가 2010년 상반기에 이미 마산으로 합의했던 사항이라고, 마산 지역구 한나라당 안홍준 국회의원이 경남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혀 청사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2011년 연초부터 부상했습니다. 안홍준 국회의원은 "통합 추진할 때 명칭은 창원, 청사는 마산에 오는 것으로 이미 주요 정치적 당사자들끼리도 이야기가 된 사안이다. 그런데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장동화 시의원)이 뒤통수 치는 바람에…. 마산 종합운동장 내 실내체육관 터에 창원시 청사 세워야 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러자 진해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안홍준 국회의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18만 진해시민을 기망한 행위로 창원-마산-진해 통합은 원천무효"라며 "이 모든 책임은 지역 국회의원이 져야한다"고 반발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창원시에서는 새청사 소재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용역' 과업지시서에 현 임시청사 리모델링도 포함한 것을 두고, 시의회 내에서는 계속해서 "현 청사에 눌러앉기 위한 수순"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안홍준 국회의원은 청사위치를 마산으로 주요정치인들이 합의한 사항이라고 하고, 창원시는 현청사 리모델링을 해서 그래도 사용할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진해의 지역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안홍준 국회의원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장동화 시의원은 "안홍준 의원이 인터뷰에서 '통합추진위원장이 뒤통수 치는 바람에…'라고 말한 이후 시민 항의가 들어오고 난리다"며 "그 말은 내가 야합에 함께했다는 것 아닌가? 나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장의원은 안홍준 국회의원이 말한 정치적 당사자는 결국 한나라당 국회의원 4명(안홍준·이주영·권경석·김학송) 아니겠나. 108만 시민은 들러리로 하고 자기들끼리 밀실야합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장동화 시의원의 말대로라면 현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5명이 합의한 사항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진해 지역구인 김학송 국회의원이 청사를 마산으로 합의해 놓고 구,육대부지를 국방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청사를 유치한다고 홍보한 것은 진해시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통합준비위원회의 합의사항인 청사 1,2순위도 일종의 사기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이렇게 논란이 계속되자 희망진해사람들을 비롯한 창원지역 6개단체는 1월 31일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들은 "108만 창원시민의 미래가 달린 문제가 국회의원 안홍준·이주영·권경석·김학송, 이들 4명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인지 믿기지 않는다"며 "통합시 명칭·청사 위치는 통합준비위원회 결정사항이지 지역구 국회의원이 관여할 사안도 아니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의 '정치적 주요 당사자 간 합의'라는 표현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어록을 남겼다"며 "만약 안 의원이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낸 것이라면 즉각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사실이면 관련 당사자 모두 정치적 책임(의원들은 의원직 사퇴)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통합준비위원회의 부위원장이었고, 통합에 찬성했던 배학술 전시의원은 청사위치를 사전에 합의한 사항이면 통합은 원천무효라고 반발하였으며, 야당과 무소속의 창원시의원도 강하게 반발하였습니다. 하지만 통합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유원석 시의원은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습니다. 안홍준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완수 창원시장은 2월 7일 간부회의에서 "개인 차원의 의견 개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의견 개진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습니다.

 

통합청사문제로 지역간 대립이 심각한 상황에서 오수진 경남수렵협회장의 기고가 또다시 논란을 촉발시켰습니다. 오수진 회장은 안홍준 국회의원의 발언이 적절하다고 하였고, 그 이유로 “진해는 17만 시민의 기득권을 포기했지만 마산은 43만 시민의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기에 청사가 마산으로 와야 한다고 하였고, 김학송 의원 또한 '논의 내용은 기속력이 없다'고 말한 것만 보더라도 당시 그런 논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춘모 진해시민포럼 집행위원장은 “안홍준 의원은 자신이 한 말에 잭임을 지고 '주요 정치적 당사자들'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자 마산과 창원사이에서 진해는 통합에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진해시민들의 불만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진해구 김학송 국회의원은 청사발언 진실규명을 위한 간담회에 불참의사를 밝혔으며, 청사문제 정치적 합의에 대해서는 부인하였습니다. 또한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사전합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하였으며, 다른 지역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의견을 발표하자 창원민생민주경남회의, 마산민생민주경남회의, 희망진해사람들, 진해여성의전화, 진해여성회는 14일 안홍준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누구와 구체적으로 합의를 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있다면 제시할 것을 요구하였고, 만약 제시하지 못하면 사퇴하라고 압박하였습니다.

 


안홍준 국회의원의 발언으로 홍역을 치루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창원시의 여론조작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희망진해사람들은 창원시보의 1월 25일자 3면에 실린 '지난 6개월 통합시정 만족도 여론조사' 기사는 여론조작이라고 밝혔습니다. <창원시보>는 이 기사 제목을 '시민 91.7% "통합 창원시 미래 낙관합니다"'라고 달았고, '통합 창원시 장기적 발전 가능성' 항목에서 91.7%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보면 '매우 긍정 8.3%' '대체로 긍정 50.5%' '보통 32.9%'로 되어 있다. 즉 '보통' 응답까지 긍정적인 답변에 끼워 넣은 것이다. 시정홍보를 위해 ‘보통’ 의견을 긍정으로 둔갑시켜 여론조작까지 하는 무리수를 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서 희망진해사람들의 공동대표인 제가 “진해시 찾기운동 이제 시작해야 한다”는 글이 경남도민일보에 실리게 되었고, 많은 호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고의 영향으로 진해시되찾기운동이 2011년 하반기와 2012년 총선까지 뜨거운 진해지역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발언대] '진해시 찾기 운동' 이제 시작해야 한다-

                                                                         2011년 2월 17일(경남도민일보)

 

통합 전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로 드러났다. 비슷한 규모의 2개 도시인 마산과 창원의 싸움 속에 진해가 소외될 것이란 염려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도시명은 창원, 청사는 마산으로 정치적 당사자들이 모여 합의한 사안이며, 그 정치적 당사자는 시·도의원도 포함되는 것으로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였다. 또한, 이것은 구체적으로 거론만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일부 기자는 이전부터 모 의원에게서 들어 알고 있었던 사안이라고 하였다. 결국, 통합추진위원회도 거짓이요, 진해에서 육대 터에 청사를 유치한다는 김학송 국회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시의원의 행동도 거짓이었다. 한마디로 진해의 정치인들은 진해를 창원과 마산에 바친 꼴이 된 것이다.

 

이번 안홍준 국회의원의 발언은 청사위치 선정은 계속 미루어지고 현청사 리모델링안이 유력하게 부각되어 마산유치가 불투명해지자 나온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창원에서 도시명과 청사를 독식하려는 의도에 제동을 걸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마산에서 굳건히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그동안 잠재됐던 불만이 폭발되어 양지역 간의 싸움으로 가는 전초전이며, 그곳에 진해지역민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2009년 통합을 추진할 당시 진해는 통합반대를 가장 강하게 외친 도시이다. 김해, 부산 강서와의 통합, 자족도시로 남는 방안이 다양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만이 살길이라는 마산과는 달리 신항만이라는 미래동력이 있기에 다양한 방안 속에서 신중히 접근하려고 졸속 통합에 강력히 반발하였다. 그러나 거대한 중앙권력과 그 시녀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통합되었으며, 그 결과물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지금 진해지역의 정서를 보면 아직도 창원시민으로 느끼는 사람은 매우 드문 실정이다. 지형적으로 장복산이라는 경계가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생활권과 삶의 방식도 다르고 무엇보다 진해가 마산과 창원보다 인구가 적다 보니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도시로 불릴 만큼 성장잠재력이 있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니 통합창원시보다는 진해시를 오히려 선호하는 것이다. 그동안 통합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해를 찾고 싶어도 마음속으로 묻어 두었지만 이번 마산과 창원의 청사싸움을 보면서 서서히 진해를 찾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해지역에 청사가 반드시 유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해사람은 많지 않다. 공정하고 올바른 절차에 의해 정해진다면 청사가 어디에 있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무시하고 통합 전부터 합의하고 통합 후에는 20개월 용역이니 하면서 은근슬쩍 창원으로 정하려고 하는 행동에 분노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청사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하고 좋은 것은 마산이나 창원이 다 차지하고 사은품 수준의 것을 진해에 유치하여 적당히 민심을 추스르려고 할 것이다. 이런 형태의 창원시는 통합시라기보다는 마산·창원의 욕심을 채우고자 진해를 강제로 흡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진해는 군항과 동아시아 물류 항만의 중심이 될 신항을 겸비한 해양도시로 대한민국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도시이다. 신항만 등의 영향으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으며 30만 인구시대와 세수의 증가로 말미암아 자족도시로 살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출 시기가 멀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여건을 갖춘 도시가 통합 창원시의 한 개의 구로서 자리매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인구의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통합창원시의 싸움에 상처받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안홍준 국회의원의 발언은 진해의 현주소를 자각하게 하여 주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우쳐 주게 한 사건인 것 같다. 이제 더는 통합창원시의 변방으로 진해가 남아 있을 것이 아니라 진해시를 다시 찾아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진해시 찾기 운동' 이제 시작해야 할 때이다.

 

/조광호(희망진해사람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