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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택배 노동자의 죽음으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택배노동자만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편의점에서 쉽게 음료 등을 사곤 하는 데, 이 음료가 편의점에 가기까지 고생하시는 편의점 물품 지입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을 보면 월 350만원, 유류비 수당 별도 지급 등의 광고를 하면서 편의점 지입기사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광받는 직업이니, 심지어는 투잡도 가능하다고도 합니다. 이런 광고는 대부분 물류회사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월 350만원을 번다고 해도 대부분 중고 2.5톤 화물차를 구입해야 합니다. 보통 월 100만원 정도는 할부비용으로 들어가곤 합니다. 그렇다면 월 250만원이 되는 셈이지요. 거기에 돌아다니다보면 접촉사고 등도 종종 일어나고, 편의점으로 납품하다 분실하는 물건이 있으면, 배송기사가 책임져야 합니다. 또한 차량 수리비나 소모품 교체비, 수수료 월 30만원을 떼면 200만원도 안 됩니다. 여기에 유가보조금 등 유류비 정도가 대략 50만원 정도 남기에 월 200-250만원 정도 수익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편의점 유통회사들은 물류센터를 각각 두고 있는 데,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을 두어 운영합니다. 하청업체들은 물류화물회사들에게 지입편의점기사들을 구하는 구조입니다. 지입기사들은 보통 중고차 2.5톤정도를 5,000만원정도에 구입하는 데, 이중, 차량비는 2,500만원, 나머지 반은 영업용 넘버(노란색 넘버) 비용입니다. 넘버값까지 지불하면서 차량구입을 하지만 자동차등록증에는 물로회사 명의로 되어 있고, 본인 이름은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되는 이상한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물류회사에서 지정한 곳에서만 일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화물을 운송하여 수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자신 돈으로 구입하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러다보니 개인적인 이유나 건강상으로 그만둘려고 하면 지입기사를 구해 차를 팔아야만 가능합니다. 사실 이 문제로 그만두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럼 이 기사들의 하루 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얼굴만 대충씻고 일터로 나갑니다. 물류센터가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좋지만 대개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곤 합니다. 경남에는 진영, 신항에 있더군요. 4시에 물류센터에 도착하여 2시간 정도 자신에게 주어진 물량들을 차에 싣습니다. 이 작업도 어느정도 숙달되어야 2시간이지 처음에는 3시간도 훌쩍 넘기곤 합니다. 그만큼 신경쓸 것도 없고, 잘못 실으면, 이곳, 저곳의 물건이 섞이게 되어 배송이 엉망되기 때문입니다. 거의 2.5톤 탑차에 꽉 채워지니 상당히 많은 물량이고, 15-18개 편의점에 납품하는 것입니다.
차에 물품을 싣고 나면 자신이 맡겨진 지역으로 출발합니다. 보통 첫코스가 7시 20분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에 가면 배송을 제 시간에 할 수 없습니다. 보통 10분 간격으로 다음 배송 대리점 시간을 정해 놓기 때문입니다. 배송시간 앞뒤로 30분을 전후하여 배송해야 하며, 이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페널티를 물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보통 배송시간에 적힌 시간보다 30분전에 첫배송지로 가게 됩니다. 이렇게 해도 마지막 배송지에 가면 일정 시간보다 30분이 거의 다 늦어서야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물품들을 편의점으로 내리는 데도 10분이 걸리는 데, 코스마다 시간간격을 10분정도로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은 것입니다. 물류센터에서 주는 배송시간은 3시간이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4시간이 걸리고 이마저도 정신없이 배송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왜 이런 시간표를 짜서 배송기사들을 힘들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편의점 배송을 하다보면 배송시간 때문에 편의점주들에게도 많은 말을 듣게 됩니다. 좀 더 기다리는 미덕이 필요한 데, 자신들에게 좋은 시간만 요구하니 기사들은 점점 힘들어집니다. 또한 차를 주차하다보면 도로가에 대곤 하는 데, 이것 때문에 다른 차량이나 행인들에게 욕먹기가 일쑤입니다.
배송을 하다보면 물건이 잘못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보통 편의점주들은 다음날 갖다달라고 하는 데, 일부 편의점주들은 꼭 받겠다고 하여 배송을 마친후에 다시 그 편의점에 가서 빠진 물품을 전달합니다. 이러다보면 1시간 더 늦게 끝나게 됩니다. 배송을 모두 마치니 12시이고 집에 오니 오후 1시가 됩니다. 이건 정상적이었을 때 이야기이고 배송에 착오가 생기면 1시간이 더 늦게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새벽 3시에 출발하여 오후 1시에 끝나면 이제 식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끝내는 기사들도 있는 데, 점심식사하고 또 한코스를 더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후에 다시 2시간 물건싣고 배송하여 저녁 7-8시에 끝나곤 합니다. 이 분들이 보통 500만원 이상 벌어가시는 분들인데, 보통 1년하면 몸이 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새벽에 2-3개 편의점 물건을 배송하고, 오후에 1코스를 뛰는 분들은 월 300만원 이상 벌어가곤 합니다. 하루에 2코스하는 것보다는 중간에 시간적 여유가 다소 있지만, 체력적 부담이 상당히 심합니다.
배송기사의 어려운 점은 휴일이 1주일에 한번 일요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공휴일도 없고, 월차도 없습니다. 명절에도 명절 하루만 쉬는 것입니다. 주 6일을 빠짐없이 1년간 해야 하는 것이니 피로감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노동법대로 한다면 한마디로 이들의 노동수탈은 보통 심한 것이 아닙니다.
아파도 쉴 수가 없고, 기상이 아무리 안 좋아도 일해야 합니다. 그만두고 싶어도 차량이 팔리지 않으면 그만 둘 수 없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쉽게 이용하는 편의점에 이렇게 착취당하고, 자신의 생활은 거의 포기하고 사는 지입배송기사들이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사회에서 이런 문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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