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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주민의사 무시하고 시의회에서 의결한 강제통합

 

2009년 12월 4일 11시 진해시의회 충무사회위원회는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 날 오후 3시 30분에는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갑자기 마산,창원,진해시의회 의장과 사무국장들이 모여 30분가량 비공개모임을 가진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의원들로 행정안전부에 행정구역 통합 의견제시(11일까지)를 앞두고 있었으며, 특히 마산·진해시의회의 경우 오는 7일 의원들의 의결을 예정하고 있어 이를 두고 모종의 담합을 한 것으로 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총무사회위원회에서 행정안전부의 의견요청을 반대한 것에 대해 다시 수정하여 행정구역통합을 찬성하는 안을 배학술 시의원이 제출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자 희망진해사람들은 6일 성명서를 발표하여 “자신의 개인영달을 위해 지역주민의 자기결정권인 주민투표를 빼앗는 김학송 국회의원과 김학송 국회의원의 주구(走狗) 시의원들에게 반드시 진해시를 팔아 먹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를 하였습니다.

 

마침내 진해시의 운명이 갈리는 12월 7일이 되었습니다. 수백명의 진해시민들이 아침부터 모여 주민투표를 외치고 있었고, 경찰병력 또한 시민들의 수만큼이나 동원되어 있었습니다. 경찰들은 시의원들을 호위하고 있었고, 시민들의 물리력 행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동원되었던 것입니다. 시민들은 시의회 건물 밖에서 또는 제한된 내부공간에서 주민투표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진해시의회의 본회의가 시작되자 배학술 의원을 비롯하여 4명의 시의원들이 제출한 수정안이 등장하였습니다. 지난 4일 진해시총무사회위원회에서는 행정안전부의 행정구역통합에 대한 시의회 의견청취를 반대하는 안을 통과시켰지만, 배학술 시의원을 중심으로 4명의 시의원들이 시의회에서 행정구역통합을 의결하자는 수정안을 진해시의회에 제출한 것입니다.


이 날 배학술 시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에는 수정이유와 주요골자만 작성돼 있을 뿐 총사위가 의견제시한 안에 대한 수정 의견서가 첨부돼 있지 않아 ‘수정 발의 안’으로써 형식과 요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 시의원들이 배학술 의원의 수정안에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 갑자기 뜻밖의 소식이 들리게 됩니다. 이재복 시장의 사망소식이 들어야 회의장이 잠시동안 엄숙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이재복 시장의 안타까운 사망소식에 시의회의결을 미룰 것으로 생각했던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잠시동안의 엄숙한 시간이 끝나자 진해시의회에서는 다시 논란이 거듭되었습니다.

 

김형봉 진해시의회 의장은 배학술 의원의 수정안에 대한 문제제기에 법률적 검토와 명확한 답변도 없었고, 배의원 수정안 제출에 이어 두 번째 수정안을 제시한 김성일 시의원의 수정발의 안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표결처리를 하겠다고 의사봉을 두드렸습니다. 결국 충분한 토론을 주장하는 시의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김형봉 진해시의회 의장은 표결을 강행하였으며, 결과는 찬성 8표, 반대 5표로 4시간 20분의 본회의는 진해,창원,마산시 행정구역통합을 찬성하는 것으로 의결되었습니다.

 

이 날 진해,창원,마산시 행정구역통합을 찬성한 시의원으로는 배학술, 김형봉, 심정태, 강호건, 엄영희, 유원석, 주준식, 도인수 의원이었으며, 반대한 시의원으로는 김하용, 정영주, 김헌일, 김성일, 박준섭 의원이었습니다.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 시의원 8명이 찬성하였고, 한나라당 3명, 민주당 1명, 무소속 1명의 시의원이 반대하였습니다.



진해시의회의 통합찬성안이 의결되자 진해지역시민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였으며, 용원지역에서는 부산강서와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학송 국회의원은 10일 오후 6시 경에 고 이재복시장의 빈소에서 자리를 옮겨 인근 서부보건지소 4층 보건교육실에서 모여 진해시장 권한대행 김호기 부시장을 비롯한 5급 이상 진해시 간부공무원(40여명) 대부분과 비공개 자리에서 "마산-창원-진해 행정통합" 당위성을 역설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학송 국회의원은 마창진 행정통합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였으며, "창원시의회가 의원들이 통합에 대한 일부 반대의견도 있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찬성의결 하기로 돼 있다"고 말해 이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시의원들이 통합을 의회에서 의결하기로 각본이 짜여 있다는 것을 알렸던 것입니다.

 

이후 창원시의회도 상당한 반발속에서 통합찬성이 가결되어 결국 진해,창원,마산시의회 모두가 통합을 찬성하고, 이 결과를 행정안전부로 보내게 된 것입니다. 12월 16일에는 희마진해사람들과 웅천, 웅동1.2동 주민대표는 마산-창원-진해시 행정통합은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국회 청원과 입법을 막기 위해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시의원들이 한나라당 당적을 갖고 있기에 노골적으로 주민투표를 주장하지 못했지만 표결에서는 자신들의 원래 생각대로 표결해 주리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양심이나 시민을 섬기고 두려워 하는 마음이 없었다고 비난했으며, 창원시 의회 의결 이후 일부 언론에서 통합 확정으로 환영하는 듯한 보도는 더욱더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하였습니다.

 

진해, 창원, 마산시 통합안이 3개시의회와 경남도의회에서 통과되었지만, 진해지역의 시민단체는 이제 통합의결을 무효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마산-창원-진해 통합 주민투표실시 요구 탄원 서명운동’입니다. 또한 아직 국회의 입법과정이 남았으니 총력을 기울여 주민투표를 실시하도록 노력하고, 국회에서 입법화되지 못하도록 국회에 진해, 창원, 마산시의 통합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에 돌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