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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정구역통합이라는 비극의 불씨가 살아났습니다.


2008년 12월 이명박정부는 참여정부시절의 지방이양추진위원회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하나로 합쳐 대통령소속기구로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기구에서 행정구역통합이라는 주제가 이슈로 떠오르게 되고,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명박정부가 행정구역통합을 해야 할 근거로 내세운 논리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지방행정체제를 환경변화와 시대흐름에 맟춘다는 것입니다. 현재 지방행정체제의 주요골격은 농경시대였던 100여년전((1896년 13도제실시)전에 정해진 것으로 그 동안의 교통,통신,인터넷 등의 획기적인 발전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수립이후 인구의 증가와 농촌·도시간의 인구이동, 자치단체 역량차이의 심화 등 사회경제적변화도 지방행정체제개편을 시대적과제로 부상하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현행 행정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주민편익 증진 및 행정의 효율화, 실효성 있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정착, 세계화 추세에 걸맞는 지역단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켜 주민생활을 편리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주민의 생활권이 확대되고 있기에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일치로 주민의 생활영역을 아우르는 자치단체의 포괄적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입니다. (○○군민 22%정도가 계란 노위자처럼 자리잡은 △△시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고 있습니다. 인근 자치단체의 화장장을 이용하거나 시내버스로 자치단체의 경계를 넘을 때 추가비용을 내야 합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농촌지역은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로 국가재정의 도움없이는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시군구의 49.6%가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 해결조차 어려울 정도로 재정력이 취약하며, 도시지역의 발전에 필요한 가용면적의 부족은 공공·산업시설의 유치에 걸린돌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군지역의 65세 이상 인구가 10년에 8.1%나 증가되었고, 면의 평균 면적인 62.5㎢ 보다 면적이 작은 시가 10곳이나 됩니다)


넷째, 지방행정체제개편으로 행정의 효율성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시,도-시,군구간의 중복된 업무처리가 개선됨으로 행정계층간 갈등이 해소되며, 인력과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여질 수 있고, 가까운 자치단체와 공설운동장, 상하수도 시설 등 공공시설물을 공동활용하여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4가지의 논리로 이명박정부는 행정구역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하지만 위 4가지의 논리가 행정구역통합으로 인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통합으로 몸집만 불린다고 해서 행정효율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통합창원시를 보면서 이미 확인되었고,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것도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주민생활이 편리해진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우며, 자생력을 높인다는 것도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정부가 농촌을 걱정해서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 도농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데, 이명박 정부는 도농통합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근지역을 묶는 통합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정부의 논리는 언뜻보면 공감할 수도 있지만, 통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것은 언급하지 않고, 과장되어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입니다.

 

행정구역통합은 행정안전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이다보니 진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마산 지역은 당시 황철곤 시장이 3선이다보니 다음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황철곤 시장은 행정구역통합에 가장 적극적이었고 마산지역의 여론도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산은 인구가 줄고 있었으며, 공업지역은 쇠퇴하고 있다보니 재정적으로도 더욱 악화되는 상태이다보니 행정구역통합으로 새롭게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호응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창원지역은 행정구역통합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재정자립도도 높은 도시이고, 인프라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보니 통합에 큰 관심이 없던 지역이었습니다. 진해지역은 신항만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통합으로 인해 진해지역의 득실을 쉽게 예단할 수 없기에 신중한 지역이었습니다.

 

이러한 지역적인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2009년 4월 6일 마산·창원·진해시장을 만나 통합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9일 “여건이 성숙되면 내년 지방선거 전에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면담에서 마산과 창원시장은 대체로 통합에 찬성입장을 밝혔으나, 진해시의 이재복시장은 통합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철곤 시장과 박완수 시장은 이 날 면담에서 통합의 총론에는 찬성했지만, 통합청사 문제와 시명칭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고 하니, 마산시장과 창원시장의 청사 및 시명칭에 대한 욕심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재복 진해시장은 마산,창원,진해 통합에 반대입장을 종종 표현했습니다. 이재복 진해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행정구역통합에 대해 행정효율화라는 대원칙에는 찬성하지만 독자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진해는 제외됐으면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시장은 “진해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우리나라 실정상 인구 30만명 정도면 쾌적하면서도 자립할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고, 현재 진해시 인구는 17만명인데 신항과 경제자유구역의 발전 등에 따라 2016년이면 3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이재복 시장은 마산,창원과의 통합보다는 부산, 김해와의 통합이 더 유리하다고 하였으며, 통합이 되면 통학과 상업권의 광역화로 교육이나 문화혜택이 예상되고, 통합에 따른 정부의 인센티브 효과도 기대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진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 규모가 큰 인근 시에 예속되고 각종 혐오시설이 진해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규모가 커지면 좋은 점도 있지만 지역특성에 맞는 행정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시민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축소될 것이고 시세가 열악한 지역이 참여와 개발에서 소외될 소지도 많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통합에 대해 진해 여론이 좋지 않으며, 특히 지도층 인사는 더욱 좋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이재복 진해시장의 통합에 대한 신중한 자세와 반대의 입장을 보이다보니 통합이 쉽게 이루어지리라고는 당시 시민들과 시민단체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상반기만 해도 통합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도 없기에 진해지역의 시민단체와 관심이 있는 분들이 2009년 6월 한 자리에 모여 통합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통합에 대해 찬반이나 어떤 지역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결정을 위한 토론이 아니라 행정구역통합의 득과 실에 대한 검토를 하는 단계였습니다.



2009년 상반기만 해도 통합에 대한 논의는 무성했지만, 진해지역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은 없었습니다. 진해시장도 통합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시민단체들도 통합이 2009년 하반기에 초스피드로 진행될지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행정구역통합의 득실을 검토하는 단계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의 행정구역통합에 대한 상반기 대응은 큰 패착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당시 한나라당의 정치인을 이용하여, 매우 신속하고, 졸속적으로 밀어붙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