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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진해 영외 PX입점 반대와 동의요양병원 간병인 해고 사태


2012년 2월 2일 자은동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앞에서 상인들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홈플러스 가맹2호점의 입점을 반대하고, 철수하라는 이유에서입니다. SSM입점저지 진해대책위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진해자은2호점을 개설하려고 했는데, 사업일시 중지 권고를 받아 영업을 개설하지 않다가 사업조정을 회피하기 위해 편법가맹점으로 전환해 올해 가맹점주로 개인을 내세워 입점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SSM은 Super, Super Market의 약자로 슈퍼보다는 크고 마트보다는 작은 슈퍼를 지칭하는 것으로, 일명 기업형 슈퍼마켓이라 칭합니다. 이러한 기업형 슈퍼마켓이 출현하게 된 계기는 대형마트가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자 그 틈새인 골목상권으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SSM은 기존 대형마트와는 달리 비교적 좁은 매장에 소규모로 진출하여 주차시설과 편리함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웬만한 것을 거의 갖춘 슈퍼가 골목구석에 포진하다보니 말 그대로 동네슈퍼는 초토화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아내지 못합니다.대기업의 SSM입점을 저지하지 못하여 지역상인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자은동 덕산쇼핑센터에 영외군마트(PX)가 2012년 6월에 입점할 것으로 알려져 상인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게 되었습니다. 상인들은 "군인과 그 가족 복지를 앞세워 PX를 가장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출이자 면세품 판매로 인근 골목 상권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영외군마트는 면세품 뿐만 아니라 일반 품목도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방부는 군인들이 이용하는 마트라고 하지만, 타 지역의 사례로 볼 때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상인들은 국방부가 SSM확대를 부추긴다고 비난하면서 사업의 중단을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사건이 확대되자 김성찬 국회의원은 6월 15일에 국방부와 국군복지단의 면담을 거친 후 6월 23일에는 영세상인 모임인 진해골목상권지키기 대책위원회 대표와 김태웅,박철하,김성일 위원과의 간담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발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김성찬 의원은 진해구 해군아파트 앞 덕산쇼핑센터 내 영외 군마트에 대해 △국군복지단에서 직영하는 영외 군마트 입점은 철회한다 △자은동 해군아파트 입주민 편의를 위해 시중 일반마트 형태로 입점한다 △애초 마트 계획 면적인 120평 가운데 절반 정도만 마트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국군복지단에서 임의대로 활용한다는 등 3개 안에 국군복지단과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진해 골목상권지키기 대책위원회 김종화 위원장, 현봉옥 총무 등은 이를 즉각 수용하겠다고 밝혀 일단락 되었습니다.

 

2012년 11월말에는 진해동의요양병원 간병노동자 33명이 계약만료일에 맞춰 집단으로 계약을 해지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12월 1일부터 복직투쟁에 들어갔고, 2013년 1월부터는 병원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동의요양병원의 간병인 해고 사태에 대해 진해지역시민단체들도 병원 측의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즉각교섭하여 고용승계를 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또한 통합진보당 이길종 도의원은 창원지방노동청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였고, 국회에서 간병노동자의 문제에 대해 토론회까지 갖는 등 전국적인 문제로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측은 호소문에서 "계약기간 만료일인 11월 30일을 앞두고 11월 14일부터 4차례 협상테이블에서 마주한 병원측과 노조간의 협의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병원측은 정규직 20명과 협회소속 13명으로 하여 전원 고용승계하겠다'는 제시를 하였으나 노조측은 이를 묵살하고 1명도 빠짐없는 33명 전원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는 노조의 일방적 주장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노조지부장은 병원에 우리 요구안인 전원 정규직 고용이 받아드려지지 않으면 계약만료와 함께 병원을 나간다고 했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양쪽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지만, 2013년 2월 28일 동의병원과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와 노동부창원지청에서 만나 합의를 하였습니다. 양측은 간병인 12명을 고용하고, 3개월뒤에 다시 논의하며, 위탁업체를 통한 고용으로 12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합의하였습니다. 당초 간병인 측이 주장한 병원 직고용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60∼70대 여성들의 90일간 한겨울 힘겹던 투쟁에 비하면 무척 아쉬운 결과였고, 병원 측도 상당한 이미지의 실추를 겪어야 했습니다. 또한 노동법상 불법으로 여겨지는 위탁업체 고용을 노동부에서 합의하는 뒷맛을 남겼습니다. 진해동의요양병원의 사태는 의료법과 노동법의 간극을 드러낸 사건이었고, 요양병원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 낸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법령 정바나 제도개선은 빠져있고, 임시처방으로 끝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인병원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노인병원은 노인 수에 따른 간병인 채용에 대한 규정도 없습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간병인을 병원에서 채용할 수 없습니다. 간병인은 환자와의 계약에 의해 채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개 노인병원에서는 환자가 계약하는 간병인이 아니라 병원에서 간병업체를 통하여 일괄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체계입니다. 그러다보니 간병인들은 실질적인 근로감독을 노인병원으로부터 받고 있는 것입니다. 즉, 형식적으로는 간접고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직접고용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병원에서 간병인을 직고용해야 하고, 2년이상 근무하면 노동법에 의거하여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원칙에 의거하여 일부 노인병원은 간병인을 직고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 직고용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직접고용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이나 규정 등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그 규정에는 정년규정이 반드시 뒤따르고 보통 60세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60세 이하인 간병인은 병원 측에서 직접고용 하지만 60세 이상인 간병인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것입니다. 현재 간병인들의 연령이 60세 이상인 자가 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직접고용되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럼 노인병원들이 간병인들의 직고용을 회피하는 이유는 우선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직고용을 하게 되면 4대보험, 퇴직금, 매년 호봉에 따른 임금인상 요인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병원의 총지출 중 인건비 지출액이 70%를 넘어 병원 운영에 불이익을 받아 운영이 어렵다고 병원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노인병원에 간병인이라는 직책이 없습니다. 결국 직고용을 하기 위해서는 간병인이라는 직책으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종사자의 다른 직책으로 고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는 것입니다. 복지부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분쟁도 해결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간병인이라는 업무부서까지 만들면 더욱 분쟁이 많아 간병인을 인정하지 않을려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간병인이 노인병원의 정식업무로 구분되지 않으면 간병인 직고용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에서는 환자가 단체로 간병업체에 계약하여 간병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간병업무는 노인병원의 지휘하에 움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노동법으로는 병원측이 직접고용하는 것이 맞지만, 의료법에는 그럴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인 것입니다. 만일 의료법에 의거하여 노인병원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노인병원에서는 진료비만 받고, 간병업체에서 간병비를 수납하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달 입원비로 약 55만원 정도를 환자가 병원에게 지불하고, 간병업체에 30만원정도 지불해야 합니다. 최소 85만원 이상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비용을 환자에게 받는 병원은 별로 없습니다. 병원비의 할인등으로 간병 포함하여 30만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러한 구조속에서는 간병인들의 인건비를 줄여야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인 것인 것입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병원비 중 본인부담금을 할인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환자의 유치를 위해 할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단속해야 할 보건소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관계기관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병원 손을 들어주자니 노동법이 문제이고, 간병인 손을 들어주자니 의료법의 문제이기에 전체 노인병원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사태해결이 더욱 어렵게 된 것입니다.

 

위의 두 사건을 보면서 외형상으로는 일단락 되었지만 사실상 내용을 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은 없습니다. SSM의 원천적인 봉쇄도 실패했으며, 무늬만 요란한 농성이었지만, 결과물은 너무나 초라한 수준에 불과하였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개선책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한 것입니다. 동의요양병원 사태는 보건의료노조가 개입되었지만, 무엇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끝난 것입니다. 의료법과 노동법의 문제와 요양병원의 경영상 문제가 무엇인지는 간과하고 투쟁을 통한 쟁취수단으로는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전개하여 명분과 실리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