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찜질방에 갔더니 난투극 창원시의회의 풍경이 뉴스에 나왔고, 그 뉴스를 보면서 초등학교 5~6학년쯤 되는 아이가 "엄마 똑같이 나누면 되지 왜 저렇게 싸워?"하고 엄마에게 말하였다. 엄마는 "덩치가 큰 사람이 안 준다고 하니까 문제지" 하고 대답하니 그 아이는 "그러면 다시 찢어지면 될 거 아니냐"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 이 말을 옆에서 들으면서 아주 간단한 해결방법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욕심만 부리는 어른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였다.
통합 창원시의 갈등을 푸는 방법은 그 초등학생의 말대로 똑같이 나누면 되는 것이다. 통합 당시 시 명칭과 청사위치가 나누어야 할 대상이었기에 통준위에서 합의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시 명칭은 창원, 청사소재지는 진해와 마산, 임시청사는 현 창원청사로 합의하였다. 언뜻 보기에는 공평한 것 같지만, 실상은 온갖 꼼수로 얼룩진 합의였다. 창원은 시 명칭도 차지하고 임시청사를 현 청사로 정함으로써 청사이전을 어렵게 하여 현 청사를 통합 창원시 청사로 결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마산은 진해를 제외하고는 논의가 순조로울 것 같지 않으니 청사소재지 1순위에 진해도 함께 올리고 뒤에서는 명칭은 창원, 청사는 마산이라는 이면합의를 하는 술수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멋도 모르고 장단만 맞춘 진해가 있었다.
처음부터 3개 도시는 서로 이용하여 이득 찾을 궁리만 하였지 똑같이 나눌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창원은 여론조사를 통하여 현 임시청사를 통합 창원시 청사로 확정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니 야구계가 전혀 바라지 않았고, 진해주민도 그리 관심을 갖지 않았던 야구장을 진해로 결정하여 진해지역의 시의원들을 포섭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창원지역 의원들의 술책은 어리석은 진해지역 의원들의 협조로 말썽은 많았지만 사실상 성공하였다.
반면에 마산지역 의원들은 통준위의 1순위인 마산과 진해 중에 청사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속내는 마산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들에게는 청사가 진해로 갈 수 있다는 전제는 애초부터 없었다. 보다 진지하게 청사가 진해로 가도 좋다고 생각하고 통준위 1순위를 추진하였다면 마산지역의 숙원을 풀었을지도 모른다.
진해지역의 의원들은 이 문제에 뚜렷한 원칙이 없었다. 기회를 봐서 야구장이라도 유치해서 생색낼 궁리만 했었지, 야구장이 지역에 도움이 되는지, 진해로 야구장이 결정됐을 때의 파장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진해지역 의원들은 민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치적에 급급하여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들 세 개 지역의 의원들은 저마다 생각이 달랐다. 애초부터 똑같이 나눌 생각이 있었다면 비교적 비슷한 것을 세 토막 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 명칭, 제1청사, 제2청사+야구장으로 세 가지를 분류하여 하나씩 나누어 가지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전혀 없었다. 무조건 자신들이 좋은 것만 갖고자 싸운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특정지역에서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욕심만 가득하였다. 통합하여 화합하기보다는 가진 곳은 더 가지고 없는 곳은 방치하는 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준 잘못된 통합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다시 3개의 도시로 분리하자는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고 강자 독식의 통합이라면 당연히 분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언론들이 분리를 반대하고 있다. 의원들의 면피용이니 현실성이 없느니 하면서 그냥 통합된 채로 살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동안 언론들은 통합 창원시의 갈등요소에 대한 대안 제시는 전무하였다. 그저 시의원들에 대한 비판만 있었을 뿐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였다. 언론을 보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해결책을 찾는 시늉은 했지만, 답은 뻔한 대답뿐이었다.
만약 언론들이 대안제시도 못 하면서 분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만 내놓는다면 현 창원시 집행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분리를 반대한다면 언론은 더욱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언론뿐만 아니라 여당과 야당의 경남도당들과 시민단체들도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대안 도출이 어렵다면 분리를 다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애매모호한 어법으로 피해 가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의 원칙은 초등학생도 답을 알고 있는 '똑같이 나눈다'는 원칙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