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이슈

인천 어린이집 사태를 바라보며

산다는것 2015. 1. 18. 23:22

인천의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아를 폭행한 사건으로 인해 전국이 난리법석입니다. 인터넷에 나오는 동영상을 보니 보육교사의 행동은 상당히 지나친 것이 사실이고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언론에서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이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여당이나 야당, 그리고 언론들도 마찬가지로 해당원장과 보육교사에게 보다 강력한 처벌 중심의 대책과 cctv설치 등의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의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 생각하고, 앞으로 1건의 사고만으로도 시설폐쇄의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는 것도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고의성이 없다면 문서가 위조되어도 처벌을 받지 않고, 민간인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어도 고의성만 없다면 형사상의 처벌을 받지 않는 데, 어째서 어린이집 원장인 민간인에게는 이렇게 가혹한 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형평성에 맞는 것 같지 않습니다. 고의성으로 따진다면 보육교사 1명의 일탈인데, 관리를 잘못했다하여 어린이집 원장까지도 연쇄적으로 지나치게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관리자이기에 원장의 책임은 일정정도 부여된다고 하지만 현재 이루어지는 처벌은 지나친 것입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시 마치 그 책임이 유병언 일개의 개인 책임으로만 뒤집어 씌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예전에 태안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시 이건희 회장에게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형벌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공평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힘없는 민간인에게는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처벌을 하고 힘있는 공직자와 재력가들은 전혀 이러한 처벌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형평성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입니다.

          


정치권과 언론들은 cctv를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cctv를 설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이집 교사들은 더욱 더 조심하게 되어 일정부분 아동학대 사고가 감소할 것입니다. 하지만 cctv도 사각지대가 있기에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는 점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인권문제는 전혀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어린이집 교사는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사소한 문제라도 일어나면 그에 대한 온갖 항의를 모두 받아야 할 것입니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모이면 서로 cctv를 보면서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를 비교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들은 이제 실시간으로 타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들끼리 비교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어린이집 교사에게 심한 스트레스와 모욕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들의 인권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cctv보다는 어린이집에서만 볼 수 있는 cctv를 설치하여 의심이 되면 어린이집에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실시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cctv는 보육교사들에 대한 지나친 인권침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번 사건의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은 어린이집 원장이 사건 발생 후 제대로 대응을 못해 평소 안면이 있던 MBC기자와 상의하여 문제의 해결을 도모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취재의 빌미를 주어 사건이 커졌다고 합니다. 아마도 사건을 일으킨 보육교사의 폭력성은 그 이전에도 어느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은 사건 당사자인 보육교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고, 그 이유는 운영재정이 열악해 각종 재정지출을 조정하다보니 그것이 어린이집 원장의 약점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사건의 본질이 재정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어린이집은 지난 5년간 보육료가 동결되었다고 합니다. 물가 및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당연히 재정적 압박을 받게 되고,그러다보면 재무회계규칙대로 재정을 지출하지 못하고, 일종의 편법을 동원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보육교사에게 약점을 잡힌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현재 민간어린이집 교사의 처우는 거의 최저임금수준입니다. 어린이를 돌본다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처우는 너무 열악한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자질이 좋은 보육교사를 채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설령 자질을 갖춘 보육교사를 채용하더라도 열악한 처우에 오래 가지 못하는 실정인 것입니다.

 

즉, 어린이집의 재정과 보육교사의 처우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 한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 신문들을 보니 보육교사의 자질을 향상하기 위해 보수교육 강화하고, 보육교사의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교수님들이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을 받아 보았지만, 시간낭비이지 도움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교육도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내용이 전부이더군요.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 보육교사에게 보수교육을 강화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까요. 아마 보수교육 업체가 돈 벌어서 좋을 뿐입니다. 보육교사의 자격을 강화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염치가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최저임금을 주면서 자격기준을 강화한다는 말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격기준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처우문제부터 해결한 후 자격기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순서인 것입니다.

 

어린이집 평가에 대한 문제도 나오더군요. 어린이집 원장님들 말을 들어보면 평가시기가 오면 3-4개월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하고, 교사들도 평가준비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서술형이다보니 무슨 작문공부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평가항목도 지나치게 많으며, 중복되는 것도 많다고 합니다. 과연 이러한 평가가 필요한 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평가서류 작성으로 오히려 보육교사들에게 스트레스를 부여한다면, 그 댓가는 어린이에게 돌아오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일률적인 잣대에 의해 시행하는 평가는 다양성을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고, 이는 절대로 어린이들의 질좋은 보육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입니다.

 

요즘은 민간어린이집 뿐만 아니라 국공립 위탁 어린이집도 운영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입니다. 국,공립 위탁자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나 살펴보면 어렵게 위탁을 받아보니 각종지출을 줄이고 아껴도 자기의 월급은 커녕 자기의 재산을 투입할 지경이니 그렇다고 위탁을 포기하자니 위

약금을 감당하기 어렵고, 운영하자니 대책은 없고, 보육교사들은 목소리가 커져 문제교사를 이제는 퇴출도 못하고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린이집 원장은 원장대로 어렵고, 보육교사는 보육교사대로 열악한 처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저예산으로 많은 어린이의 보육을 담당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힘없는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에게 돌리는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원천적인 책임은 정부인데, 민간인인 종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만약에 처벌을 받는 다면 정부관계자도 큰 책임이 있으니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어린이집에 책임만 물을 것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을 분석하고, 대책을 만드는 것이 보다 근원적인 방법인 것입니다. 저예산으로 복지를 하기 위해 정부가 민간에게 하청을 주는 형태에서는 질좋은 보육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질좋은 보육을 위해서는 원청업체인 정부가 제대로 된 보육료를 하청업체에게 지급하여 어린이집의 재정과 보육교사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대책을 내놓는다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지난해 노인학대예방교육을 경남도청에 다녀왔습니다. 그 때 담당 공무원이 요야보호사을 채용할 때, 좋은 품성을 갖춘 자를 채용하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러자 듣고 있던 노인시설 관계자들은 쓴웃음만 짓고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저임금 구조이다보니 기관에서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시는 수준인 데, 어찌 자질 좋은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였습니다. 시설 관계자들은 시설이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요양보호사가 시설을 고르는 구조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즉,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질을 갖춘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처우가 좋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저예산 복지정책에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정부는 원장과 종사자간의 분열을 조장해 서로를 불신하는 관계로 만들고, 언론플레이를 통하여 모든 책임을 어린이집에 떠 넘길 것이 아니라 원청업체로서 정부는 하청업체인 어린이집의 애로사항과 재정대책 수립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예산의 복지가 아닌 질좋은 복지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