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선은 무엇인가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선은 무엇인가
- 어린이집 사태에서 본 언론의 행태 -
요즘 어린이집이 집단 파업을 예고하여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는 유아를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민간 어린이집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어린이집 원장의 장사속으로 이 문제가 파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어린이집 원장이 영리적인 목적만 추구하다보니 이러한 문제가 생겼다는 것으로 집중되고, 비영리로 운영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 민간 어린이집의 집단행동을 차단해야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공립어린이집은 비영리이고 민간 어린이집은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란 이분법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럼 과연 그럴까?
민간 어린이집 원장에게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하라고 제안한다면 거절할 민간 어린이집 원장이 있을 까? 대부분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맡겠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일부 민간 어린이집 원장은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이 받는 월급보다 수입이 훨씬 많겠지만, 대다수의 어린이집 원장은 이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보다도 수입이 적은 민간 어린이집 원장을 영리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가만히 않아 있어도 유아들이 몰리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스스로 영업을 하여 아동들을 모집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 어린이집은 정부 지원금에 있어서도 국공립을 따라갈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똑같은 어린이집 교사라도 민간어린이집의 교사들보다 처우가 열악한 것이다.
또한 점차적으로 아동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 아동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은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다.
흔히 기업에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살인이라는 비유를 들이댄다. 그럼 어린이집이 영업이 안 되어 폐업한다고 살인이라는 비유를 들이대는가? 대부분 그렇지 않게 생각하고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으로 치부한다. 그만큼 민간 어린이집 원장이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국공립어린이집과 경쟁하고 수입도 많지 않은데, 영리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이분법적 사고로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민간어린이집이 파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정부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 무조건 국공립 시설만을 늘릴 것이 아니라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어린이집에 관한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시설에 대해서 언론의 방향은 너무 편향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안정된 월급을 받는 곳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비영리적이고 불완전한 자영업자 수준에서 추진하는 것은 무조건 영리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입은 사회복지법인이나 국공립에 종사하는 원장과 직원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몇푼이라도 벌고자 하는 사람에게 돈만 아는 사람으로 매도한다면 언론은 사회적 약자보다는 강자의 편에서 보도하는 행태와 똑같은 것이다.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비영리이고, 통닭장사나 택시기사 같이 어려운 가운데서 일하는 사람들은 영리만 아는 사람이라는 논리와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 형태는 자영업자는 어찌되든 상관없고 공적인 영역에서 안정된 월급을 받는 사람의 편에 서서 보도를 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런 시각은 우리 사회의 앞날을 더욱 캄캄해지게 할 뿐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언론은 영리, 비영리를 말하기 전에 누가 수입이 많은지를 먼저 보아야 할 것이고, 수입이 많은 사람들의 편에 서서 보도하는 행태는 개선해야 할 것이다.
2012. 2. 8 조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