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호의 다양한 이야기

불편한 노인 돌보는 티셔츠 차림의 목사

조광호 관련기사

불편한 노인 돌보는 티셔츠 차림의 목사

산다는것 2014. 11. 21. 22:09
문화·생활
불편한 노인 돌보는 티셔츠 차림의 목사
진해 ‘새날을 여는 교회’ 조광호 목사
데스크승인 2004.08.02  민병욱 기자 | min@dominilbo.com   







반팔 티셔츠와 면바지를 편하게(?)입고 있는 조광호 목사(35·진해 ‘새날을 여는 교회’)를 봤을 때 솔직히 흔히 생각하는 목사의 모습이 아니어서 놀랐다.
“노인돌봄센터에서는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을 수시로 일으켜 세우고 앉히려면 옷차림이 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잘 다려진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있어야 목사라는 편견을 단박에 깰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에서 만 65세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 이 가운데 치매나 중풍 같은 질환을 앓는 노인이 15~20%를 웃돌고 있다. 
이런 노인들은 일반 병원 같은 곳에서 돌봐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달에 80만원에서 100만원 가까이 돈이 든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면서 치매를 앓는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이라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조 목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진해 대야삼거리에 있는 한 빌딩 2층을 전세 얻어 중병이나 치매 같은 질환을 앓는 노인들을 위한 ‘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14명의 노인들이 이 곳에서 맡겨져 있다. 
“이 곳에는 돈 많은 자식들의 노인은 오지 않죠. 대부분은 맞벌이하는 자식들의 노인들입니다. 돌봄센터가 이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기쁩니다”이 곳의 한 달 이용료는 39만원(기저귀 값을 별도)으로 웬만한 사립시설의 절반수준이다.

어려움도 많았다. 운영자금이 모자라 두어 달 가까이 문을 닫기도 했었다. 자금마련을 위해 전국을 돌며 멸치를 팔기도 하고,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요즘은 그래도 기백만원을 간혹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후원계좌(821112-52-048949 예금주 조광호)로 돈이 일정부분 들어와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다달이 적자가 150만~200만원 정도 된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들 장가 밑천으로 모았다는 1000만원도 모두 ‘노인돌봄센터’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그는 왜 이 같은 어려움을 사서하는 것일까. “예수가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 병든 자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일반인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들어 주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하나가 ‘노인돌봄’이죠”라며, “저는 여기에 노인들을 맡긴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부담을 들며, 조금이나마 마음놓고 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큰 힘을 얻습니다. 또 여기에 맡겨진 인생의 종착역에 이른 어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기쁨을 느끼죠. 남들이 하지 않으려고 해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 않습니까?”라며 물었다.

목사라면 교회에서 설교도 하고, 신자들의 신앙생활 지도도 한다는 게 일반인들의 생각. 도대체 목회활동은 언제 하는지 궁금했다.

조 목사는 “따로 교회를 꾸리지 않고 돌봄센터에서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목회활동을 합니다. 형식을 갖출 필요도 없어요. 노인들이 누워있는 방을 돌며, 성경책을 풀어서 읽어 주고, 노인들을 맡긴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면서 “그 옛날 예수가 꼭 강당에서 사람을 앉혀 놓고만 목회활동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라며 목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것을 주문했다.

그는 덧붙여 “교회들이 더 이상 덩치 키우는 것에 목숨을 걸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형화만 꾀하니 11조 헌금 잘 내는 소위 가진 사람들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죠. 갈수록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은 교회에 다가서기가 어려워집니다. 큰 덩치 유지에만 급급하게 되죠. 이건 철저히 자기 헌신으로 일관했던 예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떨어진 겁니다”면서 기성교회에 대한 일침도 가했다.

그러면서 조 목사는 “(교회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거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정부 지원금 타서 하는 어린이집이나 무료급식 같은 생색내기 사업이 아닌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진정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민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게 구체적으로 뭐냐고 묻자, “교회자금을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체를 앞장서서 만드는 일 등이 있지 않냐”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에 대해선 “센터가 처음 생겼을 때보다는 인지도가 많이 높아져 운영을 위한 재정 상황은 앞으로 나아질 것 같아요. 그래서 재정 숨통이 더 트여지면 돌봄센터 이용료를 더 내리는 데 쓰고 싶고요. 한 달에 50만원 밖에 못 드리는 같이 일하는 분들의 대우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충청도 사투리로 말했다. 
수줍게 웃는 조 목사 얼굴 속에 소외된 사람을 위해 한 길 달려온 우직함이 배여 있었다.